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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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파랑 , 2026.04.
🔵 파랑 작가(양신영)
내가 식물원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세대가 저마다의 속도로 같은 공간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부터 어른, 노인까지 한 길 위에서 각자 다른 보폭과 시선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정원 한가운데 연못을 바라보던 중, 뒷짐을 진 한 할머니가 천천히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주변의 식물들을 살피며 연못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천천히 시야에서 멀어졌다.

얼마 뒤,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두 아이가 같은 길을 따라 연못을 향해 뛰어왔다. 할머니가 왼편으로 걸어갔다면, 아이들은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달려나갔다. 같은 공간을 지나면서도 세대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연속으로 셔터를 눌렀다. 아이들의 몸은 한자리에 여러 겹의 잔상으로 남았고, 마침내 화면의 왼편에는 천천히 걷는 할머니가, 오른편에는 빠르게 뛰는 세 명의(두 명은 동일인물) 아이들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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